유럽 여행 중, 가장 따뜻하고 향긋한 하루를 꼽으라면 단연코 **네덜란드 치즈 마을, 고다(Gouda)와 에담(Edam)**을 방문했던 날이었습니다. 평소 치즈를 좋아했던 저에게 이 두 마을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한 편의 동화처럼 기억에 남는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고다의 중심 광장 **그로테 마르크트(Grote Markt)**는 치즈 축제의 열기로 가득 찹니다. 중세 복장을 한 상인들과 치즈 운반자들이 등장해 실제처럼 가격을 흥정하고, 전통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치즈 시장이 열립니다. 마치 17세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었죠.
광장 한쪽에 위치한 고다 치즈 박물관에서는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숙성 방식, 다양한 향미의 차이를 체험할 수 있었고, 직접 시식까지 가능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부드럽고 크리미한 생 고다 치즈와, 오랜 숙성 끝에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강해진 숙성 고다 치즈는 맛의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고다 시청 건물 위에 있는 인형극 시계는 정각마다 귀여운 퍼포먼스를 선보여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해마다 12월에 열리는 **‘고다 바이 캔들라이트(Gouda by Candlelight)’**는 도시 전체가 촛불로 밝혀지는 낭만적인 행사로, 언젠가 다시 와보고 싶은 명소로 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고다에서의 흥겨운 분위기와는 달리, 에담은 한층 더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운하와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고, 작은 마을 특유의 따뜻한 정이 느껴졌습니다.
매년 여름 수요일마다 열리는 에담 전통 치즈 시장에서는 커다란 치즈를 들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전통 퍼포먼스를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겨움과 소박한 아름다움이 넘쳐났습니다. 이곳에서 맛본 에담 치즈는 더 단단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었고, 다양한 허브와 함께 숙성된 치즈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도자기 공방과 미니 갤러리, 예술 카페들이 숨어 있었고, 카페 벽에 그려진 벽화나 작은 운하 옆 풍경조차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고다와 에담을 잇는 시골길은 평화로운 풍경의 연속이었습니다. 자전거를 빌려 넓은 초원과 풍차, 소들이 풀을 뜯는 목초지를 따라 달리며 네덜란드의 자연을 만끽했죠. 여행이란 늘 바쁘게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고다에서는 치즈 수프와 고다치즈 토스트, 에담에서는 치즈 오믈렛과 치즈 플래터를 맛보았는데, 와인과 함께 곁들이니 그야말로 미식 여행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습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닌, 네덜란드의 전통과 자부심이 담긴 한 끼였습니다.
하룻밤 머물렀던 WSHS Hotel Gouda는 옛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부티크 호텔로, 클래식한 외관과 세련된 내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광장에서 도보 5분 거리로 위치도 좋고, 아침 식사에 고다 치즈와 따뜻한 네덜란드식 빵이 나와 여행의 마무리를 완벽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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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 치즈 마켓 (4월~8월 매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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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담 치즈 마켓 (6월~8월 매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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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 바이 캔들라이트 (12월 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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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담 카스팝 축제 (7월) – 지역 음악과 치즈가 어우러진 작은 음악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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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문화유산의 날 (9월) – 평소 비공개인 건물들도 개방되어 관람 가능
치즈를 좋아해서 찾아간 고다와 에담이었지만, 그 이상의 추억과 감동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의 미소, 운하를 따라 흐르던 시간, 치즈 한 조각에 담긴 전통과 정성까지… 그 모든 것이 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진짜 네덜란드를 느끼고 싶다면, 고다와 에담은 반드시 가야 할 장소입니다.